YANG HYUNMO

양현모


PAINTING

©Yang Hyunmo
©Yang Hyunmo

인간, 도시, 감정, 질서, 대칭과 비대칭


도시는 늘 수직과 수평의 질서 속에 놓여 있습니다. 고층 건물과 도로, 빽빽한 구조물들은 기능적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때때로 자신의 감정이 그렇게 반듯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현대 사회는 점점 더 효율적이고 차가운 환경을 요구하고, 우리는 이에 적응해가지만, 정작 가장 인간적인 요소인 감정과 불확실성은 그 질서 바깥으로 밀려나곤 합니다.


이러한 충돌을 시각화하는 것이 작가의 작업 방식입니다. 그는 도시의 기하학적 질서를 그대로 가져오되, 그 안에 흐르는 내면의 움직임을 포착합니다. 화면 속 수직과 수평의 구조는 도시가 가진 냉철한 논리를 반영하지만, 그 안에 개입하는 유기적이고 비정형적인 요소들은 마치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흔적처럼 자리합니다.


이렇게 차갑고도 뜨겁게 교차되는 추상적인 풍경은, 현대인이 경험하는 불안정한 내면을 드러냅니다. 그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도시에 스며든 우리의 감정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어떻게 흔들리고 변화하는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단순한 형태와 조형적 대비를 넘어,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이 작품들은 그 자체로 강렬한 울림을 남깁니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완벽하게 정렬된 풍경 속에서도 흐트러지는 감정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미묘한 긴장을 마주하는 순간, 그의 작업이 말하는 바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작가노트


유연한 형태들(Flexible Forms)


세상과 인간 존재의 불안정함, 변화, 추상성을 탐구하며 이를 회화로 풀어낸다.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이 뚜렷한 규칙과 질서를 따르는 것 같다가도 한편으로는, 무질서하게 흘러간다. 나는 질서와 무질서 사이를 넘나드는 이 “불안정한 움직임”을 기반으로 내면의 추상적 순간을 기록한다. 언어로 정의하기엔 그것은 너무 섬세하고, 삶의 냉혹함에 뒤쳐져 사라진 찰나와 같다. 흐릿한 것, 불안정한 것, 추상적인 것, 취약한 것 속에 숨겨진 유연함의 힘을 믿으며, 나의 그리기도 그와 같이 불안정하게 혹은 유연하게 변화한다.


마음속 풍경을 기록하는 것은 근사한 하늘을 마주하는 것과 비슷한다. 30년 넘게 바라본 하늘이, 여전히 생경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째서 하늘은 무한한 것일까? 대기와 바람, 햇빛, 눈부심, 체온 그리고 당시의 심정과 같이 하늘을 마주하는 일은 촉각적이고 공감각적이다. 색 또한 너무나도 예민해서 과거부터 바라봐온 모든 하늘이 다 달랐을 것이다. 매번 그 광경을 카메라로 담아내려고 노력하지만, 온전히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인간이란 존재도 하늘과 같이 매 순간 변화한다. 그 움직임은 불안정하며, 내가 그리는 이미지는 기하학과 비정형을 넘나든다. 이처럼 작업과정에서 이미지의 변화를 일기 형식으로 드로잉하고 회화로 옮기는 이유는, 선형적인 시간으로 읽어내기 위함이다. 현재 25층에서 살고 있는데, 드로잉을 하며 문득문득 창가 밖 풍경을 바라보곤 한다. 창살 너머의 하늘, 움직이는 대기 그리고 사라지는 태양을 목격하기도 하고 어둠이 드리워진 수직 수평의 도시에서 다시 빛나는 불빛들을 관찰한다. 그곳엔 질서가 있으나 무질서하며, 욕망과 냉혹함이 있으나 찬란하다. 사실 이런 추상성이 세상으로부터 나오는 건지,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내가 추상적인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을 알 수 없기에 그림의 역할이 생길 수도 있다.


완성된 작품들 몇몇은 보통 그 방향을 바꿔 전시하기도 하기도 하고, 때론 서로 다른 작품을 섞어 나비(Subtle No.3,13,18,24,26) 작품처럼 설치하기도 한다. 이미지의 방향이 없는 것 그리고 서로 조합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나의 작업은 추상이란 언어가 지닌 유연함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불안정하기에 열려 있다.


결국, 나는 인간을 무한한 존재로 인식한다. 도시에서 삶의 책임을 다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유한하게 느껴진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과 언어 속에 속박되며, 더군다나 복잡하고 세분화된 사회에서 불확실한 나를 받아들이기보다, 뚜렷하고 고정적인 나를 새기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의 보통 속에는 근사한 하늘처럼 무한한 순간이 숨겨져 있다. 나는 그것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회화를 선택했고, 이 행위는 잃어버린 개인적 순간들을 천천히 감각하는 방법이다.


내면을 그리는 행위가 마치 긴 터널을 걸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그곳에서 불안정하지만 섬세한 순간들을 마주한다. 하늘, 인간, 추상 이 모두는 유연한 형태로, 무한을 닮아있다.


양현모 작가 작업실 전경 ©Sangyun Shim
양현모 작가 작업실 전경 ©Sangyun Shim

CV


201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석사 수료

201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3 Burning Symmetry, Roy gallery, 서울

2019 검은색 빛, show and tell, 서울


단체전

2025 <Transurfing>, 노블레스컬렉션, 서울

2024 뉴 앙데팡당: 존재- 감각,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23 <전시후도록>, 웨스, 서울

2023 <계란에서 사과까지>, 신한갤러리, 서울

2022 <전시후도록>, 웨스, 서울

2021 <no place like home>, 아트스페이스 영, 서울

2021 <Balance>, 아트스페이스 영, 서울

2020 <사루비아 기금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19 <실명세계>, 온그라운드, 서울

2019 <제 3의 과제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19 <인사살롱-바깥으로 굽는 팔>, 미술세계, 서울

2019 <롤링>, 우석갤러리, 서울

2018 <포트폴리오박람회 선정작가전- On Going Dialogues>, 서울예술재단, 서울

2015 아지노모토: 가루양념, 노토일렛, 서울


수상 및 선정

2019 최초예술지원 전시지원, 서울문화재단, 서울

2024 뉴 앙데팡당: 존재- 감각,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Yang Hyunmo
2024 뉴 앙데팡당: 존재- 감각,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Yang Hyun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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