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순수한 호기심이 만들어낸

새로운 아름다움

tacet artists: The Naive Side 더 나이브 사이드

Portrait ©Son Mihyun
Portrait ©Son Mihyun

안녕하세요, 더 나이브 사이드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윤석현과 채수원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더 나이브 사이드 the naive side 입니다. 


저희에게 디자인은 일상 속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놀이와도 같아요. 그 과정에서 일상의 편리함이나 규격화된 기능에서 벗어나, 비정형성과 의외성을 탐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놀이에서 출발한 작업이 디자인 언어로 확장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주목한 것은 어린아이가 가진 ‘즉흥성’과 ‘관습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대담함’이었습니다. 이런 어린아이는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설계되고 구현되는 것’이라면, 어린아이들이 함께 놀며 만들어내는 ‘놀이’가 가장 원초적인 디자인의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은 저희가 경험해왔던 관습적이고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마치 둘이 놀듯이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작업을 해보자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PIƎCƎ Nap Series edition ©Noortje Knulst
PIƎCƎ Nap Series edition ©Noortje Knulst

한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어떤 작업과정을 거치시나요?


저희는 둘 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끌리는 주제나 키워드가 있어야 작업이 술술 진행되는 스타일이라, 먼저 두 사람이 모두 몰입할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과정부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주로 ‘대화’를 통한 브레인스토밍으로 이루어지며, 즉흥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를 중심으로 구애받지 않고 다방면으로 리서치하며 좀 더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소재나 기능 등 디자인의 필수 요소에 대한 근거를 하나씩 쌓아갑니다. 이후 형태를 디자인하는 단계에서는 놀이처럼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스케치를 하고 형태에 적합한 소재를 적용해가며 최종적인 형태로 발전시킵니다. 이렇게 대화와 즉흥성, 리서치, 그리고 놀이가 결합된 과정 속에서 작업이 완성됩니다.

가장 의미있었던 디자인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더 나이브 사이드’의 첫 전시는 제주도 이타미 준 뮤지엄에서 열렸고, 저희에게 가장 의미 있는 기회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외부 작가 최초로 뮤지엄 외부 공간에 재활용 플라스틱, 아크릴, 그리고 대리석 산업에서 남은 잔석으로 제작한 PIƎCƎ 작업을 전시했습니다. 또한, 뮤지엄 샵에서는 이타미 준 뮤지엄을 위해 새롭게 만든 수비니어 시리즈 MIMIC을 전시 및 판매할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MIMIC series ©haneol
MIMIC series ©haneol

이 프로젝트는 제주도에서 시작된 스피커(SPEEKER)의 아트 트랙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고, 제주 곳곳의 뮤지엄, 갤러리, 샵들에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배치되어 전시를 진행하는 기획이었어요. 저희 작업과 기획안을 좋게 봐주신 유이화 관장님 덕분에 이타미 준 뮤지엄에서 전시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재활용 소재로 작업하기 위해 저스트 프로젝트, 토탈마블, 흥왕 아크릴의 도움을 받으며 한국에서 처음 오브제를 제작하는 과정을 경험했고,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일주일 전 제주도에 내려가 준비했던 시간과, 전시가 시작된 이후 관람객들과 지인, 가족들을 마주하며 보낸 순간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무엇보다도, 이타미 준 선생님을 위한 무게감 있는 공간에 저희의 오브제가 공존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PIƎCƎ series at ITAMI JUN MUSEUM ©tabial
PIƎCƎ series at ITAMI JUN MUSEUM ©tabial
©tabial
©tabial

평소에 작업을 하시면서 영감을 받는 것은 어떤게 있나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갑자기 떠오르는 키워드나 생각들을 메모해두는 편입니다. 그렇게 쌓아둔 메모를 아카이브해두었다가, 상황에 맞게 꺼내어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가요.


결국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순간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얻는 것들이고, 그래서 ‘삶’이 가장 큰 영감의 근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들이 결국 디자인 과정에서의 선택 하나하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습니다.



더 나이브 사이드가 가장 먼저 시도했던 작업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가장 처음 작업했던 작품은 PIƎCƎ였습니다. PIƎCƎ는 3가지 조각을 이어붙이는 형태로 제작된 의자, 사이드 테이블, 램프로 구성된 시리즈입니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많은 장난감이 작은 조각(Piece)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것들을 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형태가 만들어지곤 했습니다. 저희는 이 조합의 과정 자체가 디자인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PIƎCƎ는 ‘더 나이브 사이드’를 위한 시작점으로 가장 적합한 방식이자 방향성이라고 여겼습니다.

PIƎCƎ CHROMA CANDY edition ©Son Mihyun
PIƎCƎ CHROMA CANDY edition ©Son Mihyun
PIƎCƎ series Prototype ©THE NAIVE SIDE
PIƎCƎ series Prototype ©THE NAIVE SIDE

PIƎCƎ 에서 세 가지 피스를 조합한 구조의 의미가 따로 있으신가요?


이 시리즈는 점과 선을 그려 면을 만들고, 그 면을 오려내고 다시 붙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놀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단순한 과정 속에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행위 주체의 특성 또한 자연스럽게 담기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더 나이브 사이드’가 처음 찍은 점과 선이 이어져 면이 되고, 그 세 개의 면이 모여 구성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희는 숫자 3의 안정감을 좋아해서 3개의 판으로 구성했으며, 저희 로고에서도 ‘e’가 세 번 반복되는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죠. 피스가 3가지로 이루어진 것도 이러한 개인적인 선호에서 비롯된 요소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PIƎCƎ 시리즈의 조형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실험적이었던 부분은 세 개의 나무판을 연결하는 방식과 세 판이 만났을 때의 균형감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골판지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가며 비율과 위치를 계속해서 조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연결 지점에서 다른 부품이나 소재를 추가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러한 접근 방식이 종이를 오리고 이어붙이는 어린아이의 놀이와 더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방식이 작업의 중요한 특징이 되었습니다.

PIƎCƎ Nap Series edition ©Noortje Knulst
PIƎCƎ Nap Series edition ©Noortje Knulst

PIƎCƎ 시리즈의 색상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셨나요?


가장 처음 선택한 컬러는 Nap(낮잠)이라는 이름처럼, PIƎCƎ 시리즈의 시작을 한명의 아이로 보고, 저희가 생각하는 가장 퓨어한 느낌의 컬러 조합으로 결정했습니다.

PIƎCƎ CHROMA CANDY edition ©Son Mihyun
PIƎCƎ CHROMA CANDY edition ©Son Mihyun

이어지는 Chroma Candy 에디션에서는 다양하고 톡톡 튀는 색감을 사용해, 어렸을 때의 재미있고 즐거웠던 순간들이 떠오를 수 있는 컬러들로 구성했어요. 또한, 3가지 컬러가 함께 놓였을 때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관람객과 소장자가 PIƎCƎ 시리즈를 어떻게 경험하기를 바라시나요?


PIƎCƎ를 보며, 어렸을 때 누구나 해봤을 법한 종이에 형태를 그리거나 오리고 이어 붙이던 순수한 놀이를 떠올리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상상했던 이미지를 표현한 작은 컨셉 비디오가 있는데, 영상에 담긴 모습이 관람객분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했습니다. 배경에 깔린 멜로디부터 편집까지, 투박하지만 과거의 어떤 순간을 엿보는 듯한 느낌으로 완성해보았습니다.



그 다음에 발표하신 BLOT 시리즈와 SOOT LAMP의 탄생 과정이 궁금해요.


BLOT 시리즈는 작년 초 봄, 계동 배렴 가옥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그 결과물을 위한 전시를 위해 제작된 작업입니다. 서울 중심부 한옥에서 머무는 독특한 시간 속에서, 마치 오픈 스튜디오처럼 창 너머로 작업 과정을 방문객들이 볼 수 있는 구조였어요. 누군가 모래를 밟는 서걱서걱 소리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방문을 느끼며, 열린 문을 통해 사람들을 초대하는 듯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배렴가옥 전시 전경 ©THE NAIVE SIDE
배렴가옥 전시 전경 ©THE NAIVE SIDE
배렴가옥 전시 전경 ©THE NAIVE SIDE
배렴가옥 전시 전경 ©THE NAIVE SIDE

방문객들이 머물다 간 자리에 남은 발자국과 흔적들을 보며, 그런 흔적이 주는 여운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이를 전시 형태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깔끔하고 정돈된 초대의 공간이 아니라, 초대 이후 남겨진 얼룩과 흔적을 담아낸 초대의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직접 커피 염색으로 제작한 텍스타일 작업, 배합한 유약으로 커피 얼룩을 표현한 테이블웨어, 그리고 나무를 부분적으로 불로 태워 포인트를 준 커피 테이블로 구성된 BLOT 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BLOT series ©Son Mihyun
BLOT series ©Son Mihyun

SOOT (숯) 램프는 배렴 가옥 전시를 준비하던 중 세라믹 작업 공간을 찾다가, 도자 작업을 하시는 '무의미'의 나제희 님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두 달간 혜화역 작업실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작업적 특성과 매력을 알게 되었고, 함께 협업하자는 제안으로 이 작업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작년에 네덜란드로 돌아오기 전 진행했던 작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희도 도자 작업 경험이 있었지만, 나제희 님이 유약을 직접 배합하며 보여준 전문적인 도자 지식과 독특한 디자인 언어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저희의 경험과 매력이 조화를 이루면 재미있는 작업이 나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SOOT LAMP가 완성되었습니다.

SOOT Lamp ©Myeonghyo Lee
SOOT Lamp ©Myeonghyo Lee
SOOT Lamp ©Myeonghyo Lee
SOOT Lamp ©Myeonghyo Lee

SOOT (숯) 램프는 나무 고유의 결을 살리기 위해 거친 자투리 나무를 다듬고 이어붙인 후 식물성 오일로 마감한 받침과, 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를 활용한 ‘재유’로 글레이징한 세라믹 바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재유를 활용한 두 가지 버전을 제작했다는 점입니다.  첫번째 버전은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소나무 재를 활용한 버전, 두번째 버전으론 전통 재료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구하기 쉬운 광물을 혼합해 만든 합성 재(페이크 애쉬)를 활용한 버전이 있습니다.


이 작업은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두 성질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지점을 발견하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동시에, 오늘날 상반된 두 성질이 공존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오브제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SOOT Lamp ©Myeonghyo Lee
SOOT Lamp ©Myeonghyo Lee

BLOT 시리즈와 SOOT LAMP를 보면, 작가님의 작품과 자연과의 거리가 꽤 가까운 것 같습니다.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표현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BLOT 시리즈와 SOOT 램프는 말씀하신 대로 자연에 가까운 작업들입니다. BLOT 시리즈는 몰드를 사용하지 않고 기본적인 도구만으로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형태와 라인이 조금씩 다릅니다. 또한, 얼룩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갈색빛 유약은 기존 유약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도자 작업자인 무의미의 나제희 님과 함께 직접 레시피를 개발하고 배합해 얻은 독특한 컬러와 질감입니다. BLOT 테이블의 검정색 포인트 컬러 역시 페인트가 아니라 나무를 불로 태워 표현한 결과물입니다.


SOOT 램프는 자연 유약과 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대체 유약 간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지점을 탐구하며, 자연과 인공이 공존하는 오늘날의 모습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돌 형태의 세라믹 부분은 핸드빌딩으로 직접 제작했으며, 세라믹을 받쳐주는 나무 부분 역시 자투리 나무를 이어 붙이고 다듬은 뒤 오일로 마감하여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수작업 과정 덕분에 각각의 형태가 조금씩 다릅니다.

최근에 활동하고 있는 컬렉터블 디자인 작가들은 디지털 도구와 프로그램에 의존을 많이 하고 있어요. 나이브 사이드의 작품에선 디지털과 수작업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시나요?


저희도 작업의 필요에 따라 디지털 도구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손맛’이 느껴지는 작업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부분이 작업에서 더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작업이 재미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일률적인 형태보다 약간씩 다른 라인과 우연적인 요소가 담기는 작업이 인간과 자연에 더 가까운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은 디자인이라도 수작업의 묘미가 더해지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오브제를 소유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유일함과 개성은 작업에 특별한 가치를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SOOT Lamp 제작 과정 ©THE NAIVE SIDE
SOOT Lamp 제작 과정 ©THE NAIVE SIDE

더 나이브 사이드의 작업을 살펴보면, 그동안 제품에 정말 다양한 소재들이 사용된 것 같아요. 작품 활동을 하시는데 있어서 소재의 의미가 있을까요? 또한 앞으로 사용하시고 싶으신 소재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공부했던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 Design Academy Eindhoven의 맨 앤 웰빙 Man and Well-Being 과에서는 자연 소재나 전통적인 소재를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소재를 찾아가는 과정을 강조했는데요. 이를 통해 무언가를 제작하기 이전에 재료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기능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고, 소재의 기원과 변화 과정을 리서치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으로 다뤘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특정 시대를 보면 그 시대가 추구했던 소재를 확인할 수 있었고, 소재가 우리의 삶과 문화의 변화 과정을 담고 있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모든 디자인된 오브제는 소재에 따라 촉감, 향, 온도에 따른 변화가 달라지며, 같은 형태라도 사용된 소재에 따라 완전히 다른 특성을 지닌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저희는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찾기보다는, 기존의 관습적인 소재를 저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디자인 언어를 찾고자 합니다. 요리에 기본 재료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조합하고, 얼마나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처럼, 저희만의 디자인 레시피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윤석현 작가의 단독 작업, Terra Eternity
윤석현 작가의 단독 작업, Terra Eternity
채수원 작가의 단독 작업, OCRAGELA ANIMA
채수원 작가의 단독 작업, OCRAGELA ANIMA


현재 작업하시는 네덜란드 작업실이 있으시다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서 돌아온 후, 에인트호번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 새로운 작업실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재료와 기존 작업물들이 많아 창고 역할을 하는 공간과 작업 공간을 분리하고 싶었는데, 마침 2층 구조로 나뉘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현재 2층은 이미 많은 짐으로 꽉 차 있지만, 천천히 정리해 나가면서 쇼룸 형태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건물에는 약 10개의 다른 공간이 있는데, 어떤 분은 아이들에게 유도를 가르치는 공간으로, 또 어떤 분은 기계 부품 제작이나 운동화 리셀러 창고로 사용하고 계세요. 이렇게 서로 다른 소소한 삶을 공유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는 점도 이 공간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브 사이드의 스튜디오 ©THE NAIVE SIDE
나이브 사이드의 스튜디오 ©THE NAIVE SIDE
나이브 사이드의 스튜디오 ©THE NAIVE SIDE
나이브 사이드의 스튜디오 ©THE NAIVE SIDE
나이브 사이드의 스튜디오 ©THE NAIVE SIDE
나이브 사이드의 스튜디오 ©THE NAIVE SIDE

작업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희 스튜디오의 마스코트는 작업실 근처 세컨핸드 샵에서 구입한 고양이 오브제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세컨핸드 샵에 가서 디깅을 하는데, 이 고양이 오브제는 작업실로 이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한 특별한 물건이에요.


저희가 이 오브제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는 일반적인 고양이 조형이 아니라 바닥에 엎드려 있는 독특한 자세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이 뭔가 한 끝 다른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저희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작업실 계단에 걸쳐 두었을 때, 아래에서 보면 고양이의 얼굴이 보이고, 계단을 오르다 내려다보면 둥글둥글한 뒷모습이 보여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오브제입니다. 이런 작은 위트와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이 고양이는, 저희에게 일상 속에서 재미를 담은 오브제를 만들어보자는 다짐을 떠올리게 해주는 중요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나이브 사이드 소장의 고양이 오브제 ©THE NAIVE SIDE
나이브 사이드 소장의 고양이 오브제 ©THE NAIVE SIDE

요즘 관심 있으신 개인적, 사회적 주제가 있으신가요?


저희는 특정한 주제보다는 ‘삶’ 그 자체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편입니다. 저희가 공부했던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 Design Academy Eindhoven의 맨 앤 웰빙 Man and Well-Being  전공은 인간과 삶을 중심에 두는 것이 핵심이었어요.


단순히 형태를 가진 무언가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형과 무형의 형태를 디자인 언어로 풀어내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고민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저희도 주제나 방향성을 정할 때, 소재를 선택할 때, 혹은 형태를 만들어낼 때마다 ‘삶’이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업활동 이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작업 시간 외에는 오히려 비우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에인트호번이라는 도시는 심플하고 한적한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거나,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거나, 노래를 들으며 집에서 쉬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때로는 근처 다른 도시에 가서 좋아하는 식당에 들르거나, 뮤지엄이나 샵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네덜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청교도적인 영향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유럽의 다른 도시들처럼 트렌드를 재빠르게 쫓기보다는 심플하고 때로는 투박하거나 단조로운 느낌이 있는데요.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비움’의 시간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환경 속에서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THE NAIVE SIDE
©THE NAIVE SIDE
©THE NAIVE SIDE
©THE NAIVE SIDE


더 나이브 사이드에게 컬렉터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결국, ‘수집 본능을 자극하는 디자인 오브제’가 아닐까 합니다. 단순히 구매를 넘어 ‘수집’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적인 가치나 의미를 담고 있는지, 동시대의 다른 작업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만든 아티스트나 디자이너가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 등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가치를 인정받아야 비로소 수집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어떤 작업활동을 하시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기존의 방향성에 따라 컬렉터블 디자인과 전시 영역에서 꾸준히 새로운 작업을 쌓아가며, 저희만의 색깔을 견고히 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예술과 달리 ‘쓰임’이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이미 존재하는 대중적인 디자인을 따라가기보다는, 저희가 정의하는 대중성이 무엇인지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Portrait ©haneol
Portrait ©haneol

더 나이브 사이드의 최종 목표가 있으신가요?


우선, 더 나이브 사이드만의 분명하고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쌓아 올려, 온전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서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또한, 저희가 만드는 오브제들로 공간이 만들어지고, 그 공간을 통해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유형과 무형의 형태로 퍼져 나가며, 그 모든 과정들이 잘 아카이브될 수 있다면, 그것이 저희에게 가장 큰 행복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람객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는 항상 저희 작업을 마주하시는 모든 분들이 집에 놀러 온 손님들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이유로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적다는 점이 가장 아쉽게 다가옵니다.


저희가 이곳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모아 선물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더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 직접 뵐 수 있는 날까지, 저희의 여정을 함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