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FT

손의 흔적을 담은 것에 대하여

우리가 공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공예라는 단어, 어떤 인상을 받으시나요? 누군가는 쇼케이스 안의 청자를, 누군가는 고고한 도자기 그릇을, 누군가는 오색 보자기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공예는 손끝에서 시작됩니다. 작가, 혹은 장인의 손길이 닿은 물건은 기계적 정밀함과는 차원이 다른 온기를 품고 있죠. 나무를 깎고, 흙을 빚고, 유리를 불어 형태를 차근히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인간만이 지닌 감각과 감성이 서서히 스며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물체는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사람의 손이 지나간 흔적이 깃든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효율성과 속도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의 본질이 단순한 기능을 넘어 '경험'과 '감각'으로 확장되는 현 시대에, 다시금 손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 디자인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 더욱 아름다운 균열, 손의 압력으로 만들어진 아주 미묘한 곡선, 시간이 지나며 깊어지는 소재의 변화. 이런 감각들은 공예가 지닌 가장 본질적인 매력이자, 현대의 공산품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화면 하나에서 모든 것이 펼쳐지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손으로 직접 만지고 느끼는 촉각적 경험에 갈증을 느끼곤 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자동화된 생산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물건들의 개성을 지우고 획일화된 형태를 양산하기 바쁩니다. 


반면, 수작업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예품은 보는 이에게 따스함과 유일함을 전합니다.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공예 기법으로 제작된 가구와 도자기에는 '결점'이 아닌 '개성'이 존재합니다. 한 점 한 점 미묘하게 다른 질감과 형태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깊이감을 선사합니다.

공예품은 그 자체로 손과 몸에 자연스럽게 맞춰집니다. 나무의 결이 손에 익숙해지고, 도자기의 표면이 사용자의 온도를 기억하기도 하죠. 손의 감각을 따라가는 디자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는 관계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나만의 공예품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옻칠에 깊이감이 더해지고, 가죽은 말랑하게 길들여지며, 도자기 표면에 스며든 작은 균열은 역사가 되기도 합니다. 공예 작품은 단순한 제품이 아닌, 나의 삶과 함께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동반자가 됩니다.

오늘날의 디자인은 점점 더 감각적인 요소를 요구합니다. 디지털 세상이 주는 피로감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에서 위안을 얻고자 합니다. 브랜드가 단순히 '예쁜 제품'을 넘어 공예적 가치와 수작업의 흔적을 담는다면, 이는 감성적 신뢰로 이어집니다. 현대인들은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 제품이 가진 서사와 감각적 경험을 원합니다. 대량 생산과 폐기 문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예적 접근은 윤리적 소비의 대안이 됩니다.

저는 손으로 만들어진 것들에서 느껴지는 '완벽하지 않은 완벽함'을 늘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공예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많아지는 지금, 손의 흔적이 남긴 디자인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점점 더 촉각적 경험을 원하고, 감성적인 디자인을 갈망하는 흐름의 일부입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것, 손끝의 감각이 만든 조형과 표면의 미묘한 차이들—이것이야말로 공예의 본질이며, 우리가 현대 디자인에서 다시금 주목해야 할 요소입니다. 현대 공예는 단순히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 경험을 통해 우리 일상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결국 사람의 손에서 시작됩니다.


타셋 컨템포러리에서 선별하고 소개할 공예 작가들의 작품들을 기대해주세요. 조용한 아름다움을 기조로 한 공예 작품들을 여러분께 곧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